전체 글6 (1부-2) 떠나는 길목에서 고속버스 안, 고민의 연속고흥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는 한적했다. 창밖으로 펼쳐진 겨울 풍경은 조용하고 차분했지만, 내 마음은 정반대였다. 버스 좌석에 몸을 깊숙이 묻고 창문에 기대어 앉았지만, 머릿속은 끊임없이 소용돌이쳤다.부모님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끝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렸다.“아버지, 어머니, 저 사실 학원을 그만뒀어요.”이 말을 어떻게 전해야 부모님이 덜 놀라실까.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부모님께는 얼마나 충격적일까.아버지에 대한 고민특히 아버지가 걱정이었다. 평생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오셨고, 우리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셨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그의 삶은 고단함 그 자체였다.“젊은 시절.. 카테고리 없음 2025. 2. 15. (1부-1) 떠나는 길목에서 1) 사라진 자존감, 그리고 퇴직2024년 12월 15일.싸늘한 겨울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나는 9년간 몸담았던 학원의 문을 나섰다. 서울 강남에 있는 입시 전문학원에서 국어 강사로 재직하며, 학생들의 꿈을 함께 설계해보겠다고 다짐했던 지난 시간들. 그토록 열심히 달려왔는데, 지금은 모든 게 허무하게 느껴졌다.사실 처음 학원에 들어왔을 때는 자부심도 있었고, 열정도 대단했다. 때로는 늦은 밤까지 남아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주고, 입시 전략을 고민하며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 열정은 원장과의 반복되는 충돌로 점차 식어버렸다.원장과 나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학원 운영에 대해 물어오면 진심으로 조언해주었고, 사적인 고민을 털어놓을 때도 귀 기울였다. 그리고 혼자 살아 반찬이나 먹거리 등등을 주시.. 카테고리 없음 2025. 2. 10. 어머니의 입원 어머니의 병원 입원, 그리고 부모님의 깊은 사랑얼마 전, 고흥으로 내려가 부모님과 대화를 나눈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였다. 갑자기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와 다름없는 대화 속에서 아버지는 “설날에 내려올 거니?”라고 물으셨다. 순간적으로 어딘가 어색한 기운이 느껴졌다. “상황 보고 결정할게요.”라고 대답하자, 아버지는 오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부모님은 설날에 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덧붙이셨다. 뭔가 이상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다음 날 다시 전화를 걸어 조심스레 여쭤보니, 그제야 어머니께서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삐끗해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부모님의 깊은 배려, 그리고 숨겨진 아픔어머니는 발목에 금이 가고 심한 타박상을 입어 일주일간 병원 신.. 카테고리 없음 2025. 2. 9. 이별과 새로운 시작 후기 이별과 새로운 시작그렇게 힘겹게 집에 돌아오니, 시계는 이미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잠시 멍하니 앉아 있는데, 휴대폰에 메시지가 들어왔다. 그중 한 학생이 장문의 문자를 남겨 두었다. “아까 찍은 사진이랑 영상이요. 아직 다 편집하지는 않았는데, 나중에 저희 보고 싶으실 때, 심심하실 때 꼭 봐 주세요… 저희한테는 쌤이 너무너무 좋은 선생님이었어요. 친구처럼 대해주고, 수업이 재밌었던 선생님은 없었어요. 그러니까 절대 미안해하지 말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쌤 진짜진짜 사랑해요, 그간 너무 감사했어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낮에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도대체 내가 뭘 했길래, 이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날 아끼고 응원해 줄까?’ 되돌아.. 카테고리 없음 2025. 1. 31. "퇴직 축하합니다" – 가장 따뜻했던 이별의 순간 2024년 12월 15일, 잊지 못할 그날나는 2024년 12월 15일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서 묘한 울림이 느껴진다. 그날은 나에게 9년간 이어온 학원 생활이 마무리되는 날이었고, 동시에 학생들이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마지막 시험 전 직전보충 수업에 열중하던 시기였다.직보 기간은 시험을 코앞에 둔 학생들에게 막판까지 지켜보며 문제 풀이와 개념 정리를 돕는 ‘초집중 기간’이다. 강사로서도 중요한 일정이지만, 내게는 마지막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했다.하루 전인 14일부터 교실은 이미 시험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들은 “선생님, 이 부분 다시 설명해 주세요!”라며 다급하게 질문했고, 나는 “그래, 자 여기 보자…” 하며 차근차근 오답을 짚어주었다.‘이 아이들과 나 사이의 시간이 이제 .. 카테고리 없음 2025. 1. 29. 마흔 여섯 살의 퇴직 올해 46살 인생의 중반기를 넘었다. 그리고 퇴직.....같은 나이 때를 비교하면 나이에 걸맞는 직장 생활과 결혼어쩜 인생의 가장 치열하고 힘든 시기가 아닐까 한다. 난 어제 퇴직 했다. 그리고 남들과 다른 인생의 힘든 시기를 보내 볼까 한다. 카테고리 없음 2025. 1.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