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병원 입원, 그리고 부모님의 깊은 사랑
얼마 전, 고흥으로 내려가 부모님과 대화를 나눈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였다. 갑자기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와 다름없는 대화 속에서 아버지는 “설날에 내려올 거니?”라고 물으셨다. 순간적으로 어딘가 어색한 기운이 느껴졌다. “상황 보고 결정할게요.”라고 대답하자, 아버지는 오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부모님은 설날에 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덧붙이셨다. 뭔가 이상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다음 날 다시 전화를 걸어 조심스레 여쭤보니, 그제야 어머니께서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삐끗해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의 깊은 배려, 그리고 숨겨진 아픔
어머니는 발목에 금이 가고 심한 타박상을 입어 일주일간 병원 신세를 지고 계셨다. 하지만 부모님은 내가 걱정할까 봐 일부러 숨기고 계셨던 것이다. 사실 그날 고흥에서 부모님과 퇴직 후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한 후, 두 분께서는 많은 걱정을 하셨다. 정신적인 부담이 결국 신체적인 부담으로 이어진 것 같았다. 특히 어머니는 타박상이 심해 혼자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대소변도 아버지께서 직접 받아내고 계셨다. 부모님이 내가 내려오는 걸 원치 않으셨던 이유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으셨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의 헌신, 그리고 깊어진 감정
부모님이 극구 오지 말라고 하셨지만, 나는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결국 고속버스 표까지 예매했지만, 아버지는 여러 번 전화를 걸어 오지 말라고 거듭 당부하셨다. 결국 나는 내려가지 못한 채 마음만 졸이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아버지는 매일 병원에서 어머니를 돌보셨다. 식사를 챙기고, 대소변을 받아내고, 저녁에는 간병인에게 맡긴 후 집으로 돌아와 빨래와 청소를 하셨다. 그리고 밤이 되면 내게 전화를 걸어 “밥은 잘 먹었느냐.”고 물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저녁을 먹던 중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여느 때처럼 식사를 했는지 묻는 전화였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아버지는 갑자기 감정을 쏟아내셨다. “젊었을 때 엄마를 많이 힘들게 했는데, 이제라도 잘해주고 싶었어. 그런데 엄마가 자꾸 아프니까, 내가 살아온 삶이 너무 아쉽고 후회돼.” 아버지는 울먹이셨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아버지를 위로하며 “아버지가 굳건하게 마음을 잡고 계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다시 찾은 일상,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결국 어머니는 퇴원을 하셨다. 아버지는 끝까지 어머니 곁을 지키며 헌신적으로 간호하셨다. 비록 나는 직접 내려가 뵙지는 못했지만, 그 시간 동안 부모님의 깊은 사랑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를 향한 아버지의 미안함과 사랑, 그리고 그런 부모님을 향한 나의 걱정과 애정이 뒤섞이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이제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오셨고, 부모님의 일상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따뜻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나도 부모님께 더 자주 안부를 전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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